스승(남곽자기)이 제자(안성자유)에게 사람의 피리 소리, 땅의 피리 소리, 하늘의 피리 소리를 이야기해 주면서
자기 "자신을 잃는" 경지를 비유적으로 설명하는 바람 이야기다.
...
수많은 소리들은 바람과 구멍이 만나 만들어지는 소리다. 즉 구멍과 바람의 마주침이 있어야 한다.
마주침의 존재론 혹은 마주침의 현상학이라 할 수 있는, 바람 소리는 '어떤 구멍'과 '어떤 바람'이 반드시 전제되어 있다.
그러나 하늘의 (피리) 소리는 좀 다르다.
구멍과 바람의 마주침 대신 바람과 바람의 마주침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어느 바람 하나가 구멍 역할을 하는 것이다.
바람이면서 구멍일 수도 있는 바람! 바람 안의 구멍과 구멍 안의 바람! 자신을 비운다거나 아니면 자신을 잃는다고 할 때
우리가 구멍이 되는 것이다.
이제 타자를 그 구멍에 담아 타자와 소통하는 소리를 낼 수 있다.
우리의 마음은 바람과 같은 것이며, 나아가 바람과 같은 것이어야만 한다.
구멍이 되어 바람을 맞아 소리를 낼 수도 있고, 바람이 되어 누군가의 구멍에 들어가 그 구멍에 어울리는 소리를 낼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는 바람과 같다!
(마주침이 있어야 한다. 나 홀로는 소리를 낼 수가 없다! 피리(구멍)도 바람도 ,,,)
.
p.s.> 오상아(吾喪我)는 허기(虛己), '자신을 비운다'는 말보다 더 강렬한 데가 있다.
'상(喪)'은 '상을 치른다'나 '상을 당했다'고 할 때 사용하는 한자다.
'자신을 잃는'다는 것은 자의식이나 소유 의식 혹은 허영의 마음을 없앤다는 말임을 잊지 말자!
'사랑과 자유의 철학자,,, 장자 & 강신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타자와 함께 춤을 _포정해우(庖丁解牛) ... from 「강신주의 장자수업」 (10) | 2025.06.29 |
---|---|
나의 세계(울타리) 바깥에 또 다른 세계가 _손약 이야기 ... from 「강신주의 장자수업」 (0) | 2025.06.22 |
쓸모없어 좋은 날 _거목(巨木) 이야기 ... from 「강신주의 장자수업」 (0) | 2025.06.07 |
소인이 사라지는 사회를 꿈꾸며 _수레바퀴 장인(輪扁) ... from 「강신주의 장자수업」 (1) | 2025.06.01 |
바람이 분다 _대붕(大鵬) ... from 「강신주의 장자수업」 (0) | 2025.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