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을 끊기는 쉽지만, 땅을 밟지 않기란 어려운 법이네.
인위적인 것에 의해 부려지는 사람은 속이기 쉽지만, 자연적인 것에 의해 부려지는 사람은 속이기 어렵지.
날개가 있는 것이 난다는 것은 들어보았겠지만, 날개가 없이 난다는 것은 아직 듣지 못했을 거야.
앎으로 안다는 것은 들어보았겠지만, 알지 못함으로 안다는 것도 듣지 못했을 거고.
저 텅 빈 곳을 보게! 빈방에서 밝음이 생기고, 상서로움은 고요함에 머물고 있네.
저 고요하지 않은 상태, 앉아서 달린다고 말하지.
이목을 안으로 통하게 하고 마음에서 앎을 쫓아낸다면, 귀신도 찾아와 깃들 텐데 하물며 사람들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
도행지이성(道行之而成), '길은 걸어서 이루어진다'. 장자의 사유를 요약하는 한마디이다.
그러나 여기서 길(道)보다 더 중요한 건 걷는(行) 것이다.
이미 만들어진 길, 주어진 길을 걸으면 도착지는 뻔하다.
살토 모르탈레(Salto Mortale)! '목숨을 건 도약(fatal leap)'이라는 뜻으로
다리(bridge)도 없는데 심연을 가로질러 절벽 저편으로 건너뛴다는 이야기다.
"흔적을 끊기는 쉽다", 절벽 끝에 이른 발자국이 되돌아 나온 발자국이 없다면,
누군가가 심연으로 추락했거나 그 너머 저편으로 날아갔다는 걸 알게 된다.
심연을 건너 도착한 그 미지의 땅에서 그는 또 앞으로 걸어가야 한다(땅을 밟지 않기란 어려운 법).
그러나 그의 '날개 없이 날기(以無翼飛)'에서 우리는 그의 무거운 배낭뿐만 아니라
두꺼운 외투마저 버리고 도약하는 가벼움과 경쾌함을 보아야 한다(내려놓기, 떠나기).
'없앰'을 뜻하는 '무(無)'라는 글자는 곧바로 우리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비움(虛)'에 이르게 한다.
"저 텅 빈 곳을 보게! 빈방에서 밝음이 생기고, 상서로움은 고요함에 머물고 있네."
"이목을 안으로 통하게 하고 마음에서 앎을 쫓아낸다면,,, "
이목이 안으로 통한다는 것은 마음이 비워져야 가능하다.
비움의 힘이다. 비웠기에 무언가 들어올 수 있다!
.
p.s.> 많은 (만들어진) 길들이 지배와 복종의 길이다.
타자를 지배하거나 타자에게 복종하는 길은 억압사회나 영토국가로 귀착한다.
타자와 소통하는 (만들어 가는) 길, 타자를 사랑하는 (만들어 가는) 길이 자유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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