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계는 나와 더불어 태어났으니, 만물과 나는 하나라고 여길 수 있다.'
[혜시의 사유 : 내가 없다면 내가 경험하는 만물(세상)도 사라질 테니까]
이미 하나라고 여긴다면 말이 있을 수 있을까?
이미 하나라고 말했다면, 말이 없을 수 있을까?
하나와 (하나라는) 말은 둘이라 여겨야 하고, 또 그 둘과 하나는 셋이라 여겨야 한다.
...
그 이상 나아가지 말고 이것에 따를 뿐이다. "
...
'오늘 월나라에 갔는데, 어제 도착했다[今日適越而昔至]' 는 유명한 혜시의 명제인데,
전후 사정과 문맥을 모르면 이는 궤변과 같이 터무니없는 이야기로 들린다.
그러나 '오늘 월나라에 간'것이 몸이고 '어제 도착한' 것이 마음이면
이 명제는 어제와 오늘에 대한 통념을 해체하는 무언가 심오한 철학적 명제로 보일 수 있다.
(이것이 혜시의 상대성을 중시하는 일인칭주의 혹은 '나'주의이다!)
장자는 '세계는 나와 더불어 태어났으니'에서 혜시와 동행하지만
'만물과 나는 하나라고 여길 수 있다'에서는 장자 자기의 길을 간다.
'~로 여긴다(爲)'라고 말하므로써 혜시가 잘못된 형이상학적 사변에 빠진다고 보는 것이다.
(나의 생생한 경험[일인칭주의, '나'주의]이 무력화, 해체된다고 본 것이다.)
즉, "세계는 나와 더불어 태어났다"고 느껴지는 그 경이로운 상황에서 벗어나지 말고,
그 이상 나아가지 말고 이런 상황에 따르라는 ...
.
p.s.> 혜시(惠施)는 아마 장자가 유일하게 인정하는(영향받은) 제자백가의 숨겨진 보석일 것이다.
장자의 매혹적인 반례를 찾아 근사한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에 그(혜시)의 지분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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