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동네에는 구멍가게 앞에 상당히 큰 평상이 있었다.
산동네다 보니 중간 중간 계단도 많지만 평지도 약간 기울, 뭐 전반적으로 한쪽 바라기다.
가게 아저씨가 손기술이 좋으셨는데(한때 목수?) 평상은 수평을 맞추어 만들어 놓으셨다(두 다리는 짧고 두 다리는 '키다리'란 얘기다.).
놀다 지쳐 평상에 누우면 파란 하늘에 뭉게 구름이, 거북이 마냥 천천히 흘러가는데 스르륵 잠이 든다. 그 구름이 실은 '양'이었나 보다.
우리들의 놀이터 뿐만 아니라 동네 아주머니들 마실 장소 역할도 하고, 지나가는 이의 쉼터도 되고 그렇지만, 가장 인기가 높은 시간은 낮 시간대가 아닌 '한여름 밤'이다.
낮보다 온도가 떨어지지만 대신 습도가 높으니 집안에 있으면 더 후덥지근 했으리라.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면 어느새 만석 ...
그럼 주변으로 돗자리가 깔린다. 애, 어른 할 것 없이 참 시끄럽다. 매미도 울고 갈 판이다... ^^
암튼, 어머니 부채 바람과 더불어 은근한 산풍(산바람)이 참 시원했다는 느낌 ,,,,,,
...
마당에 야외용으로 흰색 원형 테이블과 대형 파라솔을 구비해 놓았는데, 아내는 툇마루 느낌의 평상이 있으면 더 좋겠단다.
보건진료소 건물이다 보니, 응접실 창호 바깥에서 외벽 옆으로 현관까지, 차양 캐노피에 휠체어 경사로가 있는데 딱 맞춤 자리이기는 하다.
경사로에 맞추어 다리는 짝짝이로 주문해 놓은 상태 ...
잠을 설쳤더니 피곤하여, 아침에 잠시 주방 바닥에 베개 없이 누워 눈을 감았다.
남쪽, 동쪽 열어 놓은 창문으로 들려 오는 매미 소리는 그 수를 가늠키가 어렵다. 참 시끄럽다.
'아, 배달 오면 조립하고 평상에 누워 있음, 더 시끄럽기는 하겠지만 좀 더 시원하려나 ,,,'
아내에게는 한옥 툇마루 느낌이겠지만,,, 어릴 적 구멍가게 앞 친구들과 ,,,
오늘도 추억은 이 산, 저 산 너머로 ...... ^^
.
p.s.> 며칠 전 세종시 공연(세종문화예술회관 '한여름 밤의 선물')에서 사회자의 말, "인생에서 가장 큰 선물은 오늘" 이란다.
무더운 날씨, 선풍기와 부채로 지내는 나에게 더 생각나는 말... "땅 위에서는 어느 날도 좋은 날이다." 아, 덥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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