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할 거예요?"
새로 만나는 인연들이 거의 빠짐없이 질문하는 내용이다.
글쎄요, 저는 귀농이라기 보다는 귀촌에 가까운지라 ......
생계를 위한 농업을 할 생각은 없고 부캐 정도로만 ,,,
당신들도 각자의 같지 않은 다른 이유들로 시골에 왔음에도 남의 이유를 매우 궁금해 한다.
하긴 나도 새 인연을 기억하는 문장들이
"무슨 일을 하다가 어찌저찌하여 지금 무엇(어떤 작물)을 하고(키우고) 있다."이다.
예를 들면,
분당 IT업체에 다니다가 3년 전에 귀농한 동갑내기 농부는 임야 2만평을 사서(싼 데를 찾다가 이곳으로)
산약초, 약용수 등을 키운다. 작은 산 하나가 본인 놀이터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PC방 체인점을 오픈한 경력 등 다양한 이력과 네트워크가 있는 형님은 인척(예술가)의 갑작스런 타계 후 그 유산의 복원/계승을 위해 지역사회에서 고군분투하고 계신다.
그 형님의 지인은 다시는 장사를 안한다고 하셔 놓고, 박물관 부활을 위해 최근 카페를 오픈하시고 ...
옆 동네 형님은 사업으로 돈을 좀(?) 버셨으나 인간관계에 치여 정리하고 사과밭과 목축을 친구분과 둘이서 꾸려가신다.
사과 수확 때 보니 사과가 과수 중에 꽤 까다롭고 힘든 작물인데 일년 내내 판매했음 좋겠다 하신다.
동네 한 형님은 강남에서 건재상 및 건축업 확장으로 잘 나가시다가 '08년 금융위기 때 몽땅 말아먹고,
현 거주 집 마당에서만 여러 작물을 키우시는데 솜씨가 남다르다. 알고 보니 동네 맥가이버로 수고비는 간단한 술상(?)으로 ...
(키우는 '보리'라는 노견은 주로 스팸과 참치만 찾는 걸 보니 한 때의 영화로움을 알겠다.)
...
작년부터 시골살이와 관계된 책들을 많이 읽고 있다.
아직 현재 진행형이고 계속 되겠지만 자연재배, 태평(자생, 재생, 보존, ...)농법, 지속가능 농업 등의 키워드가 머리를 채운다.
그런 중에 "여러해살이 작물"이라는 단어가 화두와 같이 다가온다.
우리가 먹는 곡식 및 채소 등은 모두 1년초, 즉 한해살이 작물이다.
바이엘(구 몬산토) 같은 종자 회사가 여러해살이 작물에 손을 대지 않는 이유는 뻔하다.
고객에게 종자를 한번만 팔고 말겠다는 비즈니스 모델이 과연 있겠는가?
종자 회사는 제약(농약) 회사와 마찬가지로 해가 바뀌는 대로 고객들에게 다시 팔기를 바란다.
현재의 관행 농법은 현대적이고 체계적이라고 선전(?)하지만 주로 물리적(기계적), 화학적 농법에 가깝다.
과학적이라는 명목 하에 에너지(화석연료) 집약적인 방법이다. 또한, 농업으로 살아남기(돈을 벌기) 위해 대규모 단일 농작물을 키워야 한다면서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드는 아이디어를 추종한다.
포스트오일 시대를 생각하고 지구의 환경을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생태를 고려한 생물학적 관점이 필요한데,,,
간단하고 경제적인 방법이 오히려 무시되는 일이 많다. 농업에서도 그렇다.
나는 바란다.
몇 세대 후에 사라질, 고갈될 관행(석유자원 사용) 농법이 아닌 ,,,
지속 가능한 농업(LISA, Low Input Sustainable Agriculture)이 다시 재탄생(?)하기를, 온 지구촌을 먹여 살리기를 ...... ^^j
.
p.s.> 몇 년 뒤 귀촌(귀농)한 인연이 나를 기억한다면 다음과 같은 문장이 될 수 있을까?
'중견기업, 대기업, 벤처기업, 중소기업을 두루 거친 엔지니어 출신으로 지속 가능한 농업(LISA)에 보탬이 되겠다고 작은 시험(시범?) 농장을 지지고 볶고 있는 놈 ...'
음,,, 제 2 인생의 20년이 짧을 수도.... (제3, 제4 인생 묻고 더블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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