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나 자신을 잃었다 _바람 이야기 ... from 「강신주의 장자수업」
스승(남곽자기)이 제자(안성자유)에게 사람의 피리 소리, 땅의 피리 소리, 하늘의 피리 소리를 이야기해 주면서
자기 "자신을 잃는" 경지를 비유적으로 설명하는 바람 이야기다.
...
수많은 소리들은 바람과 구멍이 만나 만들어지는 소리다. 즉 구멍과 바람의 마주침이 있어야 한다.
마주침의 존재론 혹은 마주침의 현상학이라 할 수 있는, 바람 소리는 '어떤 구멍'과 '어떤 바람'이 반드시 전제되어 있다.
그러나 하늘의 (피리) 소리는 좀 다르다.
구멍과 바람의 마주침 대신 바람과 바람의 마주침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어느 바람 하나가 구멍 역할을 하는 것이다.
바람이면서 구멍일 수도 있는 바람! 바람 안의 구멍과 구멍 안의 바람! 자신을 비운다거나 아니면 자신을 잃는다고 할 때
우리가 구멍이 되는 것이다.
이제 타자를 그 구멍에 담아 타자와 소통하는 소리를 낼 수 있다.
우리의 마음은 바람과 같은 것이며, 나아가 바람과 같은 것이어야만 한다.
구멍이 되어 바람을 맞아 소리를 낼 수도 있고, 바람이 되어 누군가의 구멍에 들어가 그 구멍에 어울리는 소리를 낼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는 바람과 같다!
(마주침이 있어야 한다. 나 홀로는 소리를 낼 수가 없다! 피리(구멍)도 바람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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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오상아(吾喪我)는 허기(虛己), '자신을 비운다'는 말보다 더 강렬한 데가 있다.
'상(喪)'은 '상을 치른다'나 '상을 당했다'고 할 때 사용하는 한자다.
'자신을 잃는'다는 것은 자의식이나 소유 의식 혹은 허영의 마음을 없앤다는 말임을 잊지 말자!